6월 23일 전국 의대 교수들이 가운을 벗고 진료실에서 철수하는 최악의 상황이 촉발되고 7월 4일 김재정 의협 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의료계 파업은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8월 7일 전공의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의료계는 의약분업 투쟁에 총력을 집중시켜야 했다.
추계 학술대회의 실무를 담당해 온 전공의들의 공백과 학회 개최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추계 학회는 준비단계에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대한안과학회를 필두로 내과학회, 소화기학회, 산부인과학회, 방사선의학회, 응급의학회, 병리학회 등 정회원 학회의 상당수가 추계 학회를 취소하는 사태를 빚었다. 소아과학회, 이비인후과학회, 핵의학회, 마취과학회 등도 학술대회를 하루로 단축하고 연제발표를 하지 않은 채 의료현안을 주제로 심포지엄과 토론회로 대체하기도 했다. 심포지엄이나 토론회의 주제도 의약분업, 의료보험제도와 관련한 학회의 대응방안에 초점이 모아졌다.
IMF 경제위기 속에 의료파업 사태가 맞물리면서 국제학회 활동도 눈에 띠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 동안 국내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는 대한임상병리학회가 주최한 제6회 아시아임상병리학술대회와 대한의료정보학회가 주최한 디지털 의료 국제학술대회 등 몇몇에 불과하며, 외국 학회에 참가하여 연제발표를 하는 빈도도 예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 이명철 교수(서울의대 핵의학)가 투표전까지 치른 끝에 차기 세계핵의학회장에 당선, 2006년 세계 핵의학회를 한국에 유치한 것은 전반적인 학회활동의 침체 속에 한 줄 희망을 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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